Essay

yujin,sung 2009.06.29 21:18:57

전에 사놓고, 읽다가 덮어 버렸던 '알베르 까뮈의 작가수첩1'을 오랜 만에 다시 펼쳤다.

책꽂이 한 쪽에 놓인 심샘이 준 고양이 책깔피를 끼우려다가 펼쳤는데,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바가 정리되어 있어

기록해 둔다.

 

 

오늘 나는 나의 과거로부터, 내가 잃어버린 것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저 조여듬과 저 밀폐된 공간--------저 명증하고 인내심 깊은 열정뿐이다. 꼭꼭 눌러 버무리는 빵처럼 나는 다만 내 삶을 내 두 손 안에 거머쥐고 싶을 뿐이다. 자신들의 삶을 꽃들과 회랑의 기둥들 사이의 좁은 공간에다가 틀어 박아둘 줄 알았던 저 사람들처럼. 이리하여 또다시 기차를 타고 가는 긴긴 밤들. 자신과 대면한 채 스스로에게 말을 하고 삶을 준비하는 시간. 그리고 여러 가지 생각들을 곰곰이 다시 반추하고 달아나려는 생각들을 붙잡아보다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저 기막힌 인내. 자신의 삶을 마치 보리 사탕처럼 빨며, 말, 이미지, 문장을 찾듯이 결론을 내리고 결정하고 마침내는 그것과 함께 떠나고 이제부터는 우리들의 시선의 빛깔 전체를 이루게 될 말이나 이미지를 찾듯이 형태를 만들고 뽀족하게 갈고 마침내는 그 삶을 사랑하는 것. 나는 분명 여기서 멈출 수 있고 마침내 광란과 과로로 점철된 일년간의 삶을 종결 할 수 있다. 나 자신에 대한 나 자신의 현존, 내 노력은 그것을 궁극에까지 밀고 나가고 그것을 삶의 모든 모습들 앞에서 지탱하는 것이다--------견디기가 그토록 어렵다는 것을 이제는 잘 아는 터인 고독을 그 대가로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무릎 꿇어버리지 말 것-----------문제는 여기 있다. 동의하지 말 것, 배반하지 말 것. 나의 격렬한 성미가 거기에 도움이 되고 그것이 내 사랑을 고양시키는 정도가 또 거기에 가세한다. 그와 더불어 거기에는 내가 산 날들의 의미 그 자체인 그 치열한 삶에의 열정이 있다.

 

 사람이(내가) 자신의 허영에 양보할 때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하여' 생각하고 살게 될 때마다. 그것은 배반이 된다. 그 때마다 남의 눈을 인식하여 행동하는 것은 엄청난 불행이며, 그로 인하여 나의 존재는 진실 앞에서 점점 작아지는 것이었다. 남들에게 자신을 털어놓을 필요는 없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 그러면 되는 것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하여 자신을 털어놓는 것이 아니라 주기 위하여 그러는 것이니까. 한 인간에게는 훨씬 더 큰 힘이 내재해 있다. 그 힘은 꼭 필요할 때만 나타난다. 궁극에까지 간다는 것은 자신의 비밀을 간직할 줄 안다는 것이다. 나는 고독함 때문에 괴로워했다.그러나 나는 나의 비밀을 간직했기 때문에 고독함의 괴로움을 극복했다. 그리하여 지금 나는 남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홀로 살아가는 것보다 더 큰 영광을 알지 못한다. 글을 쓴다는 것, 나의 심오한 기쁨! 세계와 쾌락에게 동의할 것------그러나 오로지 헐벗음 속에서만. 내가 나 자신 앞에서 벌거벗고 있을 줄 몰랐다면 해변에서 벌거벗고 지내기를 좋아할 자격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말의 의미가 내게 이매해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들이 흔히 "나는 행복해"라고 말할 때 의미하는 것과 어느 면 반대되는 것이다.

 

 절망 속에서의 어떤 지속은 결국 기쁨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산프란체스코 수도원에서 붉은 꽃들을 바라보며 사는 바로 그 사람들은 그들의 손바닥만한 방안에서 명상을 도와주는 죽은 사람의 해골을 앞에 놓아두고 지낸다. 창 밖으로는 피렌체 시가가 내려다보이고 탁자 위에는 죽음이 놓여 있는 것이다. 내 생각으로, 만약 내가 인생의 어떤 전환점에 놓여 있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내가 획득한 것 때문이 아니라 내가 잃어버린 것 때문이다. 나는 지극하고 심원한 힘이 샘솟는 것을 느낀다. 내가 내 뜻한 대로 살 수 있는 것은 그 힘들 덕분이다. 지금 내가 모든 것으로 부터 이토록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내게 사랑하고 찬미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힘이 없기 때문이다. 눈물과 태양의 얼굴을 가진 삶, 소금과 뜨거운 돌 속에서의 삶, 내가 사랑하고 내가 뜻하는 그대로의 삶, 그 삶을 애무하다 보면 나의 모든 절망과 사랑의 힘들이 서로 접합하는 것 같다. 오늘은 긍정과 부정 사이의 어떤 일시 정지가 아니다. 그것은 긍정이고 부정이다. 눈물과 태양이 아닌 모든 것 앞에서의 부정이요 반항. 처음으로 그 장래의 약속을 느낄 수 있는 내 삶 앞에서의 긍정. 이제 끝나고 있는 뜨겁고 무질서한 한 해와 이탈리아. 미래의 불확실함, 그러나 내 과거와 나 자신에 대한 절대적 자유. 여기에 나의 가난과 나의 하나뿐인 풍요로움이 있다. 마치 나는 게임을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다. 더 행복하지도 더 불행하지도 않은. 그러나 내 힘에 대한 자각, 내 허영들에 대한 무시, 그리고 내 운명과 마주하여 나를 떠미는 이 명증한 열기.

                                                                                                                                                                                                            1937년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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