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공장의 모든 기계들이 멈췄다.
그 덕에 공장이 돌아가야만 따뜻한 온기를 뿜어내는 라디에이터가 작동을 하지 않고 있다.
서울에서 작은 난로를 가지고 와서 손이 시러울 때마다, 녹이고 있다.
부산이라 그런지 밤 기온은 제법 떨어지지만, 실내는 작업하기에 아직 그리 추운 건 아니다.
한 겨울엔 어쩔지 모르겠지만, 미리 털신을 하나 장만 해 놔야겠다.
저녁에 전시장에서 무용 공연이 있어서, 잠깐 나갔다 오는 길에 공장 창들을 바라보았다.
새벽녁 숙소로 돌아갈 때 마다, 그곳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바라보는 건, 내부의 현장은 어쩔지 모르겠으나,
붉은 색과 노란 색의 파스텔 톤 빛깔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따뜻한 우울감을 느끼게 해준다.
오늘 하루 기계들이 멈춘 것은 생산 활동이 중단 된 것이니, 그 창들 또한 빛이 사라져 버렸다.
창문의 빛이 새어 나오지 않으니, 매일 만나는 사람을 못 본 것 마냥 서운함이 느껴진다.
별이라도 보면서 새벽 길을 가고 싶은데, 구름이 많이 껴 있고, 이슬비까지 내리니, 우산에 의지해서 숙소로 돌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