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가을비, 겨울비

가을비 일까? 겨울비 일까?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겸 씩씩하게 개천으로 내려오자 마자 빗방울이 떨어졌다. 요즘 눈이 자주 따가워서 눈의 피로도 풀겸 나갔지만,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은 짧은 시간의 산책이었다. 그러고 보니, 햇살이 뜨거워 이곳에서의 산책은 보통 이른 아침이나 해가 떨어지기 전 시간에 산책을 다녀서, 점심쯤의 풍경은 처음이었다. 평소와 유난히 다르게 보이는 모습은 주변이 공장 지대라 그런지 40대와 50...

2015.11.16 14:37

드로잉+무의식

드로잉을 하다 보면 무의식의 생각들이 툭툭 튀어나 올 때가 있다. 어쩔 때 모르고 지나가기도 어쩔 때 꿈을 분석했을 때와 비슷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내게는 드로잉 양이 늘어날 수록 자신을 분석하는 능력이 향상되는 걸까?

2015.08.27 15:26

고양이

이곳에는 대략 12마리의 길고양이들이 상주한다. 1달전에 암컷 고양이가 11마리의 아깽이들을 출산하고, 그 중 3마리가 죽고 남은 8마리 중 한 두 마리 눈에 띄게 몸이 안 좋아지고 있다. 환경의 영향도 있지만, 어미 고양이가 8마리를 다 챙기지 못 한 탓도 있고, 사료의 양이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는 것도 이유 중 하나 일 것이다. 12마리의 고양이 중 유독 특이한 녀석이 하나 있다. 너구리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 인데, 아기 ...

2015.10.15 11:28

가을밤

오래 전 알고 지내던 친구를 아는 분을 만났다. 마음 속에 남겨져 가끔 떠올리는 친구를 알고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상대도 나도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을비가 내려 쌀쌀한 기온에 술 한잔을 마셔서 괜히 더 슬픔이 느껴지는 밤이다.

2015.10.02 01:51

아름다움

박혜수 작가님의 작업은 프로젝트 형식으로 한 주제를 가지고 사람들의 생각들을 수집한다. 참여자들은 텍스트나, 물건, 혹은 그림 등을 이용해 자신들의 생각들을 표현한다. 그렇게 모여진 것들은 작업으로 풀어지고, 생각 할 것들을 몇가지 던져 놓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으로 만들어져 기록된다. 이번에도 "자신의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를 던져 놓으셨는데, 난 드로잉으로 답을 보낼 생각이다. 나의 아름다움에 대해 많은 생...

2015.08.29 02:53

오래된 배우

어릴적부터 보던 배우들이 있다. 이제 제법 나이가 많을텐데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거기다 앤션씨도 찍는다. 그들이 나오는 영화는 가능하면 챙겨보게 된다. 의리라고 하기엔 거창하고, 팬이라고 하기엔 관심도가 그리 크지 않지만, 그들의 완성한 활동력과 열정 만큼은 존경스럽다. 내 삶이 몇살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현대 의학의 발견으로 비추어, 운이 좋다면 큰 사고 없이 병은 고쳐가면서, 적어도 70은 거뜬히 ...

2015.08.02 04:18

장례식

어제 오전 문자가 왔다. 친구분 아버지의 부고 소식이었다. 그 친구는 자기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때론 그 친구에게 부모님이 계시는지, 형제는 있는지 조차 생각을 못하게 된다. 장례식장이 전라도 정읍이라, 작업실에서 차편을 알아보니 가는 거리나 시간이 만만치 않았다. 하루를 이동 거리에 쓰고 다음날에도 그 여파가 있을 꺼 같아, 한참을 고민하다가 마침 한께 내려 갈 분들과 연락이 되어 저녁 6시 반에 한 장...

2015.09.12 15:40

양손프로젝트

실험적 연극이라 난해 할 줄 알았다. 심플한 무대 디자인을 보고 잔뜩 겁먹으며, 3편으로 나뉘어진 연극의 첫 편을 보면서 그 긴장감에 졸음까지 왔지만, 2편째 부터는 무대 속 배우들의 이야기 속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연극은 1년에 한 편 보기도 쉽지 않은데, 마침 연극 표를 예매해 두고 갈 수 없다면 다급한 연락에 근처에 머물렀던 터라 표를 얻어서 연극을 관람 할 수 있었다. 작업실에 가서 작업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연...

2015.09.07 19:00

머리카락

2013년 여름 무덥고 습한 날씨 덕에 몸은 끈적거리고 머리는 하루 2~3번을 감아도 성이 차지 않았다. 에어컨 바람이 그림에 바로 바람을 쏘이는 구조라 에어컨도 선풍기도 틀 수 없는 상황에서 더위의 모든 원인을 어깨 너머로 덮힌 머리카락 탓을 하며 가까운 동네 미용실을 찾아 들어갔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서 바로 커트를 하기 위한 의자에 앉았다. 어떻게 자르겠느냐는 말도 꺼내기 전에 "3cm 남겨 놓고 다 잘라주세요!!" ...

2015.08.03 02:33

일요일은 여유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일요일이다. 일요일은 일요일다운 무언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목욕탕가기 2.이불빨래 하기 3.분리수거(숙소 주변이 회사와 다른 작업장이 공용을 사용하는 곳이라, 책임 회피인지 2주째 쓰레기와 재활용품이 썩여서 그대로 흩어져 있다.) 4.가벼운 산책 드로잉 빨래를 하는 곳이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곳이라, 이불 빨래를 하기 위해 구매한 캠핑용 캐리어를 내려 놓고, 이불과 일주일치 작업복들을 들고 내려갔다....

2015.11.22 19:11

환상

잠깐 동안 기분 좋은 꿈을 꾸었다. 마음 맞는 작가들이 모여 있는 공동체 공간!! 쫒겨나지도 않고, 한 곳에 모여 서로 작업적 교류와 생활을 하며, 즐거운 생각과 행동들을 할 수 있는..... 잉여 공간은 넘쳐나지만, 장기간 작가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은 없다. 꿈은 깨졌지만, 흩어진 조각들이 모이게 되고 맞춰지면, 무언가가 만들어지겠지!

2015.07.29 01:51

J...

J는 의외로 의심이 많다. 보기완 다르게 고집도 세다. 워낙 잘 웃다 보니, 세상에 찌글어 보인 구석도 찾을 수 없다. 남을 잘 배려하는 성격 탓에 주변에 사람들도 많았다. 일을 할 때는 열정적이어서, 보통 주변인들은 J가 우울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었다. 나는 항상 그런 J가 염려스러웠다. 상대의 마음이라는 것은 함부로 다가가면 안되기에 J가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렸다. 만난지 몇달이 안되었지만, 대화가 통하기에 시간이...

2015.07.30 20:41

벌레

돈 벌레가 유난히 많이 보인다. 작업실에는 벌레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가끔 8층까지 힘겹게 날아 올라오는 벌레들은 하루를 못 가서 바닥 어딘가에 배를 내밀고 죽어 있다. 돈 벌레는 가끔 모습을 나타내는 데, 같은 녀석이 자주 찾아 오는 것인지, 아니면 매번 다른 녀석이 다녀 가는 것인지는 그들의 모습에서 개별적인 개성을 발견 하지 못해서 알 수 없다. 최근 돈 벌레가 공간에 있는 벌레들을 잡아 먹어서, 돈 벌레가 많...

2015.09.13 05:16

새벽 산책

노작가와 함께 하기로 한 매일 1시간 반 운동은 3일로 끝나 버렸다. 요즘은 일어나는 시간도 불규칙 해서, 아침 산책도 통 하지 못하는 중이다. 가능하면 작업을 마치고, 잠들기 전에 작업실 옆 축구장을 몇 바퀴 돌다가 작업실로 들어 온다. 이어폰을 끼고 돌면서 거의 팔 운동을 한다. 반복적인 팔 움직임으로 한쪽 어깨 통증이 자주 발생 하기 때문에 이 시간 만큼은 팔을 크게 크게 벌려서 걷는다. 신나는 음악이 나오고 흥이 ...

2015.09.15 22:20

MY FIRST MUSIC

게러지밴드라는 작곡과 악기 연주를 쉽게 할 수 있다는 어플로 첫 음악을 만들어 보았다. 게러지 밴드에 대한 사용법도 제대로 익히지 않고, 작곡을 하기 위해서는 화성학과 기타 등등 여러가지를 공부해야 한다고 하는데...모든 것들을 생략하고, 이것 저것 눌러 보면서 만들었다. 만들고 나서도 이렇게 하면 되나 의문이 들었지만, 한가지 배운 것이 있다. 쉼표가 없으면 숨쉬기 힘들다는 것.....

2015.07.27 16:36

새벽....별을 볼 수 있는 밤

그림을 그리다가 손을 놔야 하는 순간이 있다. 잠시 머리를 식히러 작업실 옆 운동장에 갔다. 가볍게 산책을 하고, 거꾸로 메달리기 운동 기구에 메달려 하늘을 쳐다보았다. 서울 하늘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별자리들이 아름답게 각자의 색을 빛내고 있었다. 혼자 있는 이 시간이 행복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2015.09.10 03:41

셀카 드로잉

사람 드로잉을 하고 싶다. 예전에는 눈치를 보며, 몰래 그렸다. 그러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상대방의 적대적이며, 불쾌한 눈빛을 받아야 했다. 드로잉을 하면서, 눈치를 보는 것도 싫고, 적대적인 눈빛을 바라보며, 변명에 가까운 눈빛을 보내기도 귀찮아서 셀카로 나를 찍어서 드로잉을 해 보기로 했다. 하나 같이 포즈가 왜 그리 힘없고, 축축 느려진 것이 찍을 때 별 생각을 안 했는데, 몸으로도 감정을 말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

2015.11.22 19:21

화성

지도상에서 보았던 경기도 화성까지 거리는 교통 체증으로 인해 꽤 먼 거리처럼 느껴졌다. 작품 설치와 운송을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s의 도움으로 차를 렌트 해서 갔다. 대중 교통을 이용할 수 없고, 연구소라 방문이 까다로웠다. 오전 8시 반에 움직이기 시작해서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작품 설치 시간은 대략 1시간 반이었지만, 이동을 하고 식사를 하며, 함께 전시하는 작가분을 도와 주고 뒷 정리를 하다 보...

2015.09.03 21:32

개미들

작업실에서 숙식을 하면 몇시에 잠을 자든 새벽에 눈이 떠지는 경우가 많다.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면 잠도 깨고, 상쾌한 공기도 마실 겸 동산을 두 바퀴 정도 돌고 온다. 느긋하게 한 바퀴 도는 시간이 대략 20분 정도 걸리닌깐, 두 바퀴면 대략 40분 잠을 깨고 정신 차리기에 적당한 시간이다. 금요일은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정신이 몽롱해서, 세수만 하고, 동산에 올랐다. 길을 걷고 있는데, 바닥에 검은 무리들이 우글거리...

2015.07.25 22:12

악몽

악몽을 꾸었다. 꿈 속에서 꿈을 깨고 다시 꿈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일어났다고 생각되면 다시 그건 꿈 속이고...그것을 무한 반복하며 깨어나질 못했다. 처음 꿈은 슬퍼서 꿈이라 다행이다라는 생각으로 꿈속에서 깨어나고, 이것도 꿈인가를 인식하고 다시 깨어나면, 이상하게 어그러진 형상들이 공포스럽게 나타나고 이것도 꿈이다 라고 생각되어 깨어나면 다시 꿈 속이었다. 현실인지 꿈인지 모르는 착각 속에서 꿈에서 깨어나지...

2016.01.11 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