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일산 작업실 베란다 풍경

일산 작업실에서 작업 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집 보다는 작업실에서 숙식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 주변 공간과 정이 많이 든다. 9월 말엔 다른 작업실을 알아봐야 한다. 그래서 인지 이 곳의 풍경이 전과 달라 보인다. 전체를 보는 시선에서 작은 부분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작업실 베란다에서 보는 풍경들... 이 곳에 와서 가장 낯설게 다가 왔던 열융합 발전소, 혈압이 정상인 날은 반드시 산책을 다녀오는 내가 사...

2015.07.24 00:26

장보기와 요리

요즘엔 밖에서 먹는 것보다 해 먹는게 내 취향대로 만들 수가 있어서, 먹고 싶은게 있으면 요리를 해 먹는다. 중식요리를 해볼까 했더니, 쓸만한 식재료가 없어 시장을 보러가기로 결심!! 춘장을 이용한 짜장밥과 고추잡채, 꽃빵!! 다 만들고 나니 비용은 얼마 들지 않았지만, 시간과 노동이....꽃빵 반죽은 여름철에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메뉴였다. 적당히 만들어야지 했지만 양도....각 메뉴당 4인분은 족히 넘을 듯 하다. 나머...

2015.07.21 00:38

잠들기 힘든 시간

전시 설치 때문에 집에 왔다. 새벽 2시까지 잠이 오지 않아, 냥이들 캣잎이나 뜯어 와야 겠다는 생각에 밖에 나왔다. 어리고 싱싱한 풀을 찾기 위해 개천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이 시간까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다리 밑을 지날 때 마다 노숙자로 보이는 아저씨들이 소주병들을 주변에 널부러 트리고 바닥에 벤치에 몸을 뉘여 잠을 청하고 있다. 한 동안 안 보이던 노숙자의 숫자가 많이 늘었다. 콘크리트로 뒤 덮인 ...

2015.09.02 03:17

아침

비가 내린다. 새벽까지 데워졌던 건물의 뜨거운 기운이 사그라 들었다. 태풍이 한반도를 통과하지 않고, 한반도와 일본 사이로 자나가기 때문에 기대했던 거친 빗줄기는 볼 수 없게 되었다. 고양이 두 마리가 시원하고 축축한 아침 공기가 창가를 향해 몸을 돌리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밖을 응시한다. 비가 오는 날엔 하루의 달콤한 시간, 옥상 외출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작은 고양이가 내려와 사료 몇 알을 삼키고 어슬렁 거리며...

2015.08.25 08:58

부산에 온 조카

부산 기온이 따뜻한 시기에 조카가 왔다. 중3이라 혼자 버스를 타고 왔는데, 어릴적만 생각하다가 혼자서 버스를 타고 내리는 모습을 보니, 왠지 흐믓함이 느껴진다. 아직 모습은 아이같지만.... 터미널에서 부산대를 들러 떡볶이와 라며을 사 먹고 화방을 들러 조카가 필요한 필기구류를 구매한 후 아침 식사로 먹을 빵을 사고, 숙소로 돌아와 짐을 풀고, 작업실 주변을 구경 시켜주고 지금은 내 작업실에서 내가 그린 드로잉들을 ...

2015.12.09 16:13

개인과 사회

개인들은 사회라는 집단 속에 소속 될 때 안정감을 느낀다. 성별, 사회적 지위, 경제적 상황, 나이 등에 따라 여러 계층으로 나누어 지고, 거기에 따라 의무와 역할을 행한다. 그런 개인들에게 사회는 적당한 선에서 그 계층에 따른 보상을 해 주고 생존에 대해서는 지극히 냉담하게 각자 스스로 살아 가도록 강요한다. 그리고 종종 미디어라는 매체를 이용해 그런 개인들을 이용하여, 사회를 움직이기도 한다. 개인이 개인으로 받...

2015.08.29 02:37

Derwent사의 wertercolor, inktense 색연필

Derwent사에서 나오는 두 종류의 색연필이 있다. 작년 이 맘 때였던 거 같다. 노작가가 서울 화방을 다녀와서 눈을 빛내며 수채 색연필이 마치 먹이나, 콘테 처럼 진한 선을 표현 해 준다며 맘에 든다면서 목돈만 있다면, 한 셋트 다 사고 싶다고 했다. 개당 가격이 다른 것에 비해 비싼 편이라 두개만 사 왔다며, 내게도 관심있으면 한 번 써보라며 추천 해 주었었다. 수채 색연필은 발색이 너무 약해서 한 세트를 15년 전에 사둔 ...

2015.11.17 23:48

물비빔 국수

기온은 그리 높지 않은데, 습도 때문인지 불쾌지수가 높다. 작업실로 가는 도중 에어컨이 작동하고, 사람도 많지 않은데 숨쉬기가 힘들어진다. 폐쇄공포증이 또 다시 시작되려나라는 의심은 잠깐, 목디스크 때문에 신경이 눌려져서 그런가 보다하고, 억지로 눈을 감았다. 당분간 대중교통을 좀 더 자주타야겠다. 익숙해지면 그냥 그려려니 하면서 신경이 덜 쓰이닌깐. 더운 기운에 시원함과 산뜻함을 더해주기 위해 저녁은.. 물비빔...

2015.07.21 23:38

오뎅

미술품 운송에 전화를 해서 예약을 하고, 오프닝 때 사용 할 오뎅 구입을 위해 부산에 전화를 해서 주문을 했다. 잠들기 전만 해도, 가을에 오뎅을 먹으며 오프닝 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낭만적인 상상에 사로잡혔는데, 친구의 말 한 마디가 귓가를 맴돈다. "넌 가장 번거로운 일을 선택했어." 그렇다. 1년 동안 부산에 머물며, 레지던시 오프닝 때 부산에 상주 할 시 오뎅을 담당했던 터라 그 과정이 얼마나 번거로운지 알고 ...

2015.09.14 19:46

부산 내려가기 전날

내일은 부산에 내려간다. 아시는 작가 몇분이 예술지구 피에서 단체전을 하기 위해 차를 가지고 이동하신다고 하셔서 함께 내려가기로 했다. 여럿이 차를 부산을 내려 가는 건 참 오랜만이다. 부산엔 항상 전시나 일 때문에 내려갔다가 일을 마치면 바로 올라와서 부산을 떠올리면 피곤한 기억들이 많이 떠오른다. 이번에는 여유롭게 피 식구들도 볼겸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와야겠다. 토요일에 비가 오지 않으면, 자전거를 타고 익...

2015.08.21 00:29

나무 마감

나무에 콘테나 목탄을 하고 마감액을 분사하면 상당량이 녹아서 나무결을 따라 콘테나 목탄이 스면 흐른다. 면이 세밀할 수록 섬세하게 표현 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작나무를 구매해서 합판으로 만들었다. 아직 자작나무는 테스트 해 보진 않았지만, 일반 합판에 쓰인는 나무보다 결이 곱고, 무늬가 아름답다. 마감을 하면 콘테가 녹아내리면서 나무결이 화면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 느낌이 마음에 든다. 자연스...

2015.09.15 22:25

글과 음악 그리고 드로잉

올해가 가기 전에 뮤직비디오 한 편을 만들어 보고 싶다. 하루에 한곡씩 8마디 음악을 만들다 보니, 어느덧 50곡 남짓 만들어 졌는데, 어느 것 하나 맘에 드는 것이 없다. 원래 계획은 글을 쓰고 그 글에 맞는 음악을 만들고 두 요소가 결합된 드로잉을 하루에 한 점씩 만들어 갈 계획이었는데,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길려고 할 쯤 외출이 빈번해져서 습관으로 길들이기도 전에 손도 못데고 틈틈이 노래, 글, 드로잉이 따로 따로 만들...

2015.08.25 09:18

오랜만에....

정말 오래만에 홈페이지에 글을 쓴다. 몇개월 동안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는데, 그 모든 순간을 사진이라는 매체로 간신히 기록 해 놓았을 뿐 텍스트로 적어 놓질 못했다. 변화의 일부분들이었을 텐데.....막연하게 이 몇개월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공간의 변화 무엇보다, 생활 환경 자체에 변화가 앞으로 삶과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스스로도 몹시 궁금하다. 아직 새로운 환경 적응 중이라, 청소 말고는 추진력 있게...

2017.03.09 23:16

이사준비

25일 작업실 이사를 위해 운송회사에서 견적을 보러왔다. 10년 가까이 작업을 하다보니 작업실의 짐이 상당히 늘었다. 매번 이사를 해야하는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짐을 줄이는데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 이사 할 때 마다 후회로 남지만, 이동이 불편하다고 필요한 것들을 구비 하는데 주저 하게 되면 어떤 작업이 떠올라 바로 작업을 진행 할 때 생각에서 끝나버릴 수 있다. 하지만 이삿짐을 싸는 순간은 왜 이다지도 짐이 많은지....

2015.09.24 22:17

더위...

하루 두번씩 포스팅 하기가 쉽지 않다. 포스팅 하기 어려운 날은 한 줄 포스팅이라도 해여겠다. 작업실 들어 오는 길에 너무 더워 탄산수를 넣은 과일 음료를 마시고 싶어졌다. 전철과 연결되어 있는 홈플러스에 들러 비타민c가 풍부한 레몬 2, 라임1, 자몽2개 애플민트와 탄산수를 2개 구입했다. 작업실 도착하면 만들어 먹어야지 했지만 지쳐버려 홍초에 얼음을 타 마시며 갈증을 해소 했다. 마침 홈플러스 계산대에서 노작가를 ...

2015.07.30 20:23

식혜 만들기

엿기름 1되를 준비한다. 삼베보에 엿기름을 담고 물에 30분가량 불려둔다. 30분 뒤 엿기름이 담긴 삼베보를 조물거린다. 대략 5리터 물을 나누어 삼베보를 조물 거리니 삼베보 안의 엿기름 찌꺼기에 하얀 앙금이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엿기름을 짠 물을 대략 1시간 반 정도 하얀 앙금과 물이 분리 될 때까지 기다린다. 그 시간 동안 맵쌀을 이용해 꼬들 밥을 만들어 둔다. 밥할 때 물의 양은 쌀알이 물에 잠길 정도!! 엿기름 물...

2015.08.16 23:35

전시 오프닝

오프닝 준비를 위해 전날 손질한 오뎅육수용 식재료를 싸서 인디아트 홀 공으로 갔다. 조 대표님 어머니께서 자상하게 도와 주셔서 오뎅꽂이에서 시간이 많이 절약되어 일찍 갤러리로 이동을 했다. 음료 준비를 깜박하고 못해 두어서 서둘러 음료수를 사다가 갤러리로 다시 돌아왔다. 3시경 마침 난달 식구들이 왔다. 오프닝 전에 부산을 떨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게 조금 부끄러웠다. 평소 오픈과 다르게 이른 시간에 사람들이 왔다...

2015.09.17 23:00

수세미 반찬

이곳에서 알고 지내는 베트남 친구가 수세미를 요리 해 먹는 걸 보았다. 수세미는 천식, 비염 등 알레르기 예방에 좋고, 피를 맑게 해 준다고 봄에 모종을 사서 심은 것이 요즘 제법 열매가 많이 열리고 있다. 너무 익지 않은 여린 열매 하나를 따서 껍질 채 볶아 먹었다. 수세미는 차를 끓여 마시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요리로 해서 반찬으로 먹는 건 처음이다. 식용유에 수세미를 볶다 소금을 살짝 뿌려 간을 했다. 뽀얀 물이 나...

2017.08.13 13:34

만남, 사람, 비, 떨어짐

지난 토요일 플레이스 막에서 작가들 포트폴리에 관련된 강의가 있었다. 일찍 자리를 잡고 동영상 찍을 셋팅을 한 후, 들어오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익숙한 얼굴의 두 사람, 세월이 흘러 모습은 조금씩 바꿨지만, 함께 한 시간들이 있어 한 번에 알아 볼 수 있었던, 고등학교 시절 미술학원 선생님과 함께 뎃생과 수채화 수업을 들었던 선배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락을 주고 받는 선배가 없지만, 간혹 전시장이나, 길엥서 마...

2015.07.25 22:41

새벽, 작업실

부산 작업실은 일주일에 5일 난방이 되고, 주말은 난방이 되지 않는다.추우면 손이 굳어지고, 몸도 움츠러들어서 주말은 가능하면 숙소에서 드로잉이나, 책을 읽는다. 그래서 주 5일 작업실에서 작업하는 시간은 따뜻한 기온을 만끽하며 언제든 작업을 하기 위해 저번 주부터 작업실에서 짧은 숙면을 취하고, 작업에 가능하면 시간을 쏟으려고 하고 있다. 물론 온 종일 작업을 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주 5일의 아쉬움 때문인지 밖에...

2016.01.12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