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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입력시간 : 2008-12-12 오전 1:58:20  
서울, 난지도 포함 7곳 ‘문화 인프라’ 띄운다
문화가 도시를 먹여 살린다 <하>자생적으로 생겨난 문래동 예술공단엔 50개 단체 200명 상주
화가 성유진씨가 서울 상암동 난지 미술창작스튜디오 에서 고양이를 소재로 한 작품인 ‘Everything’을 그리고 있다. 이 스튜디오는 2006년까지 침출수 처리장이었다. [김태성 기자]
서울 상암동 난지도의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사잇길을 따라가다 보면 잔디밭에 조각품이 전시된 건물이 나온다. ‘난지 미술창작스튜디오’다. 매립지에서 나오는 침출수를 정화하는 처리장을 서울시가 수리해 2006년 문을 연 예술가들의 레지던스(입주형) 작업실이다. 설치미술가 오유경(29)씨는 “레지던스는 다른 분야 예술가들과 함께 살면서 교류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곳 말고도 독산동 등 6곳 공장에 아트 팩토리를 짓고, 신당동·남부터미널 지하상가 등을 스튜디오로 개조한다. 이는 서울시가 4월 발표한 ‘컬처노믹스(Culturenomics)’ 전략의 일환이다. 문화를 성장 엔진 삼아 경제 부가가치를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문화로 돈 버는 도시=서울시는 1990년대 초반부터 전국의 경제성장률보다 뒤처지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추진하는 게 ‘문화도시’ 컨셉트를 벤치마킹한 컬처노믹스다. 정효성 서울시 문화국장은 “21세기 도시는 양적 성장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다. 세계인들의 감성을 끌어 당길 만한 서울만의 ‘매력’을 만들기 위해 문화와 예술이 생산되고 향유되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문화도시 정책은 시작 단계다. 그래서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교차한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기존의 개발 프로젝트에 문화라는 컨셉트만 접목시켰다는 지적을 피하려면 예술 생태계를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표적 사례가 5~6년 전부터 자생적으로 조성된 문래동 예술공단이다.

이곳은 원래 철공소가 밀집한 서울의 낙후된 공단 지역이었다. 80년대 이후 수도권 공장 이전 계획에 따라 썰렁해진 이곳의 빈 공장에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얼마 있다가 ‘문래예술공단’이란 문패도 붙었다. 산업공단처럼 예술이 생산되는 공장이란 뜻이다. 마임·무용·미술·영상·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실험예술 창작단체가 50여 곳에 이르고 200여 명의 예술가가 상주한다. 이곳의 실무를 맡고 있는 권범철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예술 장르가 서로 넘나들며 섞이는 추세라 이곳은 예술가들에겐 최적의 입지”라고 말했다. 이곳 입주 예술가들도 “문래동은 임대료가 싸고 주택가가 없어 소음에 신경 쓰지 않고 맘껏 활동할 수 있는 곳”이라고 평했다. “미국 뉴욕의 이스트빌리지처럼 예술을 생산·소비·유통하는 서울의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7월 서울시 의회가 준공업지역 개발 규제를 풀면서 인근 땅값이 치솟았다. 이곳에 공장부지를 가진 기업들이 땅을 아파트단지로 개발할 경우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게 예술가들의 걱정이다.

◆문화도시 붐=‘문화도시’ 개발 경쟁이 지방자치단체 간에 벌어지고 있다. 대전은 ‘국가지식수도’를 내세웠다. 대덕연구단지의 연구 활동이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환경을 조성하고, 문화예술과 결합된 미래형 자족도시를 세우는 마스터플랜을 마련 중이다. 전주시는 ‘전통문화 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 유치나 실적 경쟁 때문에 공연장이나 문화관을 우선 큼지막하게 지어 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장기적인 전략보다는 단기 성과에 급급한 것이 관 주도의 문화도시 프로젝트의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박은실 추계예술대 교수는 “문화와 예술은 정책 지원과 지자체 계획만으로는 발전하기 힘들다. 한옥 동네 살리기나 자생적인 문화예술지역 보호처럼 저절로 문화예술이 활성화되는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양선희(팀장)·이철재 기자, 특파원=최형규(홍콩)·김동호(도쿄)· 전진배(파리)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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