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Derwent사에서 나오는 두 종류의 색연필이 있다.

작년 이 맘 때였던 거 같다. 노작가가 서울 화방을 다녀와서 눈을 빛내며 수채 색연필이 마치 먹이나,

콘테 처럼 진한 선을 표현 해 준다며 맘에 든다면서 목돈만 있다면, 한 셋트 다 사고 싶다고 했다.

개당 가격이 다른 것에 비해 비싼 편이라 두개만 사 왔다며, 내게도 관심있으면 한 번 써보라며 추천 해 주었었다.

수채 색연필은 발색이 너무 약해서 한 세트를 15년 전에 사둔 걸 아직도 반도 쓰지 못하고 들고 다니고 있던 터라

노작가의 말을 그래? 하면서 흘려 들었었다.

서울에서 부산을 내려오면서 부산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재료들을 사러 화방에 들른 참에 드로잉 재료들도 눈여겨 보았다.

마침 노작가가 말한 Derwent에서 나온 색연필이 눈에 띄었다. 수십개의 색들이 마치 날 안 사고는 못 베길꺼라는 말을 걸고 있어,

몇개를 사왔다. 노작가의 말대로 다른 수채 색연필에 비해 물을 묻혔을 때 발색이 좋았다. 번짐 현상도 조절 가능하고 선의

선명도가 남달랐다. 노작가를 만나 Derwent사를 구입하고 써보니 꽤 맘에 들었다고 하지만, 작년에 노작가가 시범으로 보여준

목탄색이 안나온다고 했더니, Derwent사의 색연필은 두 종류로 하나는 wertercolor계열이고, 다른 하나는 inktense라고 한다.

 inktense계열이 색의 농도가 깊고, 선명도가 좋다고 했다.

다시 화방에 들려 부산에서는 구입 할 수 없을 듯 싶어  wertercolor계열과  inktense계열을 몇 종류를 구입했다.

나 또한 맘 같아서는 색상별로 구입하고 싶었으나, 전체를 구매하기엔 메인 작업으로 사용하지 않는, 아직 호흡이 제대로 붙지 않은 재료를

거금을 들여 구매하기엔 손이 떨렸다. 케이스에 들어 있는 세트가 더 저렴할까?싶어 갯수별로 계산을 해 보니, 원하는 갯수를 세트 갯수대로 구매

하는 가격이나 별 차이가 없길래 낱개로 구매를 했다.

부산에서 작업실에서 드로잉을 못 할 경우 숙소에서 색 장난을 하면서 드로잉을 할 참으로 연필 꽂이에 곱게 꽂아두고, 아까워 과감히 쓰지 않고

있다가 몇일 전에 과감히 노트에 선을 그어대고 물질을 했더니, 그 맛이 참 맛깔스럽다고 해야하나, 아직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지만,

물질을 할 때마다의 터치감도 표현 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선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선이 들어간 투명 수채화를 보는 듯 해

흥미로웠다.

종이를 스치는 질감도 묵직한 것이, 선을 그어댈 때마다 급속도로 색연필 심이 사라지는 것 말고는 앞으로 이 재료를 사용하면, 또 다른 드로잉들이

나올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자기 전에 바라만 보다가 잠들었는데, 새로운 재료와 교감을 하다보니, 자기 전에 드로잉을 하지 못하더라도 만지작 거리게 된다.

길이나 야외에서 하는 작은 드로잉은 주로 연필을 사용이 전부 였는데, 가끔은 풍경에서 보이는 색을 담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수채 물감을 들고 다니자니, 물도 필요하고, 물감도 짜서 말려놔야 하며, 주변에 수돗가가 없는 것이 다반사라 붓씻기를 빼먹으면 붓이 금새 망가져 버린다.

이런 수고로움을 덜어 줄 수 있는 그러면서도 농도 조절이 어느 정도(물론 수채 물감이나, 타 물감과 비교 불가하지만...)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재료의 또 다른 매력이랄 수도 있겠다.

평소 색을 사용하는 드로잉을 많이 하지 않는데, 이 재료와의 접촉으로 앞으로 나오게 될 색이 입혀진 드로잉들을 상상하니, 설레인다.

서울에 가게 되면, 몇가지 색을 더 구매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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