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2017.08.06 06:55:38

엄마와 함께 부산에 다녀왔다.

무궁화를 타고, ktx로 갈아타고, 부산에 도착해서 자갈치 시장을 갔다.

부산과 속초가 많이 그리우셔서 그런지 자갈치 시장에서 물고기와 해산물을 보면서 자신이 아는 것들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깡통 시장과 국제 시장을 돌아다니다 엄마의 햇볕 알러지 때문에 카페에 피신한 뒤 부산에 사셨을 때 맛있게 드셨다던

광복동의 원산 면옥에 가서 냉면을 한 그릇 먹었다. 한 젓갈 먹었을 때 그리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냉면 맛이었는데,

내가 입을 열기 전에 엄마가 아쉬워 하시면서 예전 맛이 안 난다고 하셨다.

우리집은 아빠의 까다로운 식성 때문에 항상 집에서만 식사를 했었다. 외식을 한다고 하면 냉면과 수제비 정도 였다.

특히 냉면이라는 메뉴는 속초에서 여름에 입맛이 떨어지면 즐겨 찻는 유일한 외식 메뉴였다. 엄마의 그리움은 해소되지 못하고,

날이 너무 더운 관계로 근처의 백화점으로 피신을 했다.

그곳에는 백화점을 잘 다니지 않으실 나이에 어르신들이 의자에 앉아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었다.

허리는 구부러져 있고, 얼굴은 아무 감성도 없는 표정으로 서로 대화도 하지 않고, 멍한 시선으로 오로지 에어컨 바람만을 쐬고

계셨다. 큰 나무와 대청마루 나무들 사이에서 부는 소소한 바람과 대화가 이루어져야 자연스럽고 어울실 나이에 갈 곳 없어 선택한 곳이

쩌렁쩌렁하게 방송이 수시로 울리는 백화점이라는 것이  수많은 사람과 소음 속에 둘러 싸여 있어도 쓸쓸하게 느껴졌다.

사치스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으신 엄마는 이벤트 매장에서 엄마, 아빠의 티셔츠를 사시고 저렴한 가격에 좋은 상품을 사셨다고

뿌듯해 하셨다.

돌아 갈 때는 전철을 타고 노포 종합터미널로 가서 고속 버스를 탔다. 경로는 상당히 단순하지만, 이동 중 버스와 기차를 예매 했다가 취소를 한 것이

5번, 더운 날씨와 하필 이날이 토요일이라는 것 때문에  표를 예메하고 계획이 변경 될 때마다 수시로 취소를 했다.

대구에 도착해서 터미널 옆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에서 저녁을 먹고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태어나서 기차를 처음 타셨다는 것과 속초에 산다면 경험 해 보지 못 했을 ktx를 타고 부산을 다녀 오셨다는 게 재미있으셨는지,

마중 나오신 아빠를 보자 마자 오늘 여행 중에 많은 교통 수단을 하루에 경험 했다는 것을 자랑하셨다. 하지만 부산 여행은 대구 시장을 다녀온 것 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거리도 멀지 않은데, 부산이 대구 보다 재래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대가 더 높고, 엄마 나이 때의 상품들이 다양하지 못했던 게

이유 인 듯 하다.

어제 하루는 마치 어린 조카를 데리고 시내 구경을 다녀온 듯한 피로감에 자기 전까지 머리가 멍멍했다.

다음엔 시내 여행은 피하고 자연을 따라가는 여행으로 유도해야 겠다. 사람 많고 에어컨 바람이 강한 곳은 너무 피곤하다.

어릴 때는 부모님과 어딜 함께 가면 멋대로 돌아다니고 모든 걸 부모님께 의지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바뀌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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