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2015.08.03 02:33:52
2013년 여름 무덥고 습한 날씨 덕에 몸은 끈적거리고 머리는 하루 2~3번을 감아도 성이 차지 않았다. 에어컨 바람이 그림에 바로 바람을 쏘이는 구조라 에어컨도 선풍기도 틀 수 없는 상황에서 더위의 모든 원인을 어깨 너머로 덮힌 머리카락 탓을 하며 가까운 동네 미용실을 찾아 들어갔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서 바로 커트를 하기 위한 의자에 앉았다.
어떻게 자르겠느냐는 말도 꺼내기 전에
"3cm 남겨 놓고 다 잘라주세요!!" 걱정스럽게 다시 한 번 생각 해 보라는 투로 짧은 머리 관리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아느냐고 했다. 순간 20대 삭발하고 다시 기르는 과정에서 그 애매한 머리 길이 때문에 하늘오 솟구치는 머리카락을 잠재우려 왁스를 엄청 발라댔던 불편한 기억이 떠올라,
"그럼 7cm" 남기고 다 잘라주세요"
그 이후로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2년 가까이 지났다. 단백질 섭취가 원활함에도 불구하고 머리카락이 가슴 위 정도 밖에 기르지 못했다. 몸안에 저장된 단백질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
여름만 되면 잘라버리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는기 쉽지 않다. 괜히 성격도 너무 차분해지는 것만 같다.
이번엔 허리까지 길러보고 자르기로 결심했는데 이 속도라면 3~4년은 더 걸릴 것이다. 그 사이 올라오는 잘라버리고 싶은 욕구를 매 여름마다 어떻게 참아낼지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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