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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의 , 미술의 향기에 취해보세요

 

ㆍ대형 기획전시회 잇달아 부르델조각 볼거리 풍성

갤러리가 모여있는 거리로는 서울 인사동, 삼청동이 대표적이다.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 공간뿐 아니라 걷기 좋은 길로도 유명하다. 이들 거리만큼 알려져 있진 않지만 서울 정동길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도 전시공간들이 모여있다.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덕수궁미술관 등 3곳의 미술관과, 1곳의 박물관, 4곳의 갤러리가 일대에 자리잡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정동길은 더 걷기 좋아졌고, 마침 근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의미있는 대형 기획 전시들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1. ‘SeMA2008-미술을 바라보는 네 가지 방식’

성유진, ‘Anxiety Virus’, 2008, 다이마루에 콘테, 130.3×162.2 ㎝


‘SeMA(Selected eMerging Artists)전’은 역량있는 신진 작가들을 소개하고 동시대 미술 이슈를 소개하는 서울시립미술관의 격년제 기획전시다.

올 전시는 오늘날 작가들이 미술을 바라보는 태도를 네 가지로 묶어서 보여준다. 색을 통한 시각적 표현에 주력하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한 ‘선과 색의 울림’, 사회비판적 주장을 담은 ‘물로 쓴 슬로건’, 작가의 감정을 표현하는 ‘상상의 틈, 괴물되기’, 미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문 ‘일상의 발견’ 등이다.

이 주제들은 미술의 근본적인 표현 방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신진작가들을 통해 볼 수 있는 최근의 변화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과거 사회변혁의 주장은 ‘피’로 썼다면 요즘엔 ‘물’이다. 민중미술처럼 투쟁적 성격을 띠기보다 블랙유머적이거나 키치적인 분위기를 통해 주장을 우회적으로 표출하기 때문이다. ‘상상의 틈, 괴물되기’ 역시 기괴한 형태를 표현하는 젊은 작가의 흐름을 보여준다. 작가 스스로 괴물되기를 자처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끼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거대담론을 대변하려는 책무에서 벗어나 일상 속에서 창작의 의미를 찾는 ‘일상의 발견’ 역시 미술이 곧 일상 자체인 젊은 작가의 세계를 보여준다.

강연희·성유진·이단비·이동주·하비비 작가 등 25명의 작품 104점이 전시된다. 서울시립미술관 2·3층 전시장. 3월28일부터 6월15일까지. 관람료 일반 700원. (02)2124-8934




 

 


2. ‘활쏘는 헤라클레스-거장 부르델전’


부르델, ‘활 쏘는…’, 1909, 브론즈, 248×240×120 ㎝


로뎅, 마이욜과 함께 현대 조각의 거장으로 꼽히는 부르델의 작품이 들어왔다. 부르델 미술관(프랑스 파리) 소장품 가운데서 조각 75점과 데생 및 수채화 48점을 전시 중이다. 높이 248㎝의 대형작품으로, 근육이 생동하는 것 같은 몸짓을 보여주는 부르델의 대표작 ‘활 쏘는 헤라클레스’를 비롯해 8점의 ‘베토벤 시리즈’, ‘한니발 최초의 승리’ 등도 감상할 수 있다. 대형 작품을 중심으로 소품과 관련 데생 등을 함께 전시하는 형태로 구성했다. 고전적이면서도 때론 파격을 보여주는 부르델의 드라마틱한 조각들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으며, ‘SeMA2008’과 함께 감상하면 좋다. 2월29일 시작됐으며 6월8일까지. 관람료 성인 9000원. (02)2124-8800



 

 

 

 

 


3. ‘김아타 개인전’

김아타, ‘온에어 프로젝트 160-13:델리’(인디아 시리즈), 2007, C-print, 188×248 ㎝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진작가 김아타의 작품 전모를 볼 수 있는 전시다. 이미지를 여러 개 중첩시키거나 카메라를 오랫동안 노출시켜서 만들어낸 이미지를 통해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 세계가 인상적이다. 가장 최근 작업인 ‘인디아 시리즈’는 인도의 한 장소에서 카메라를 8시간 노출시켜 촬영한 것이다. 이 작품에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물만 명확하게 보일 뿐 바쁘게 이동하는 사람과 자동차는 정작 그 형체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이번 전시는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뜻에서 ‘On Air’라는 타이틀을 갖고 2001년부터 해온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해체 시리즈’(1991~95년), ‘뮤지엄 시리즈’(1995~2001년)의 이미지는 영상으로 만들어져 보여진다. 삼성미술관 리움 이준 부관장은 “미학적 역설을 어떤 인위적 조작도 하지 않고 사진 매체의 속성을 갖고 표현하는 점이 탁월하다”며 작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시는 로댕갤러리(서울 태평로)에서 지난 21일 시작됐으며 5월25일까지 계속된다. 관람료 일반 3000원. (02)2259-7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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