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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2008/02/21일자 023면 서비스시간: 10: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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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건전화 나선 대안공간'반디''오픈스페이스배' 가격 거품 위기의 시장에 '한줄기 빛' 되나 애호가에겐 싼 구매기회·작가엔 창작 지원 효과 대안공간 - 작가 - 관객 상호소통·공존의 장 역할  

부산의 어느 화랑 운영자가 이런 말을 했다. "도대체,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다고 해도 현재 살아있는 작가의 작품을 수억원씩 주고 산다는 게 말이 되나? 이런 거품은 결국 한국 미술시장의 몰락을 초래하는 독소가 될 것이다."

사실 미술시장 거품에 대한 경고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바다. 미술시장에도 부동산시장의 그것처럼 상투잡기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적가치보다는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기가 몰려들고, 중개상은 가격 거품을 부추기고, 거기에 고무된 일반인들까지 묻지마식 매입에 나선다. 하지만 거품은 꺼지기 마련. 거품이 꺼지면 피해가 속출하고 그러면 모처럼 달아오른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거품은 또다른 곳에서도 피해를 부추기고 있다. 진정 미술이 좋아 생활비를 아껴가며 작품을 구입하던 평범한 애호가들은 치솟는 가격이 당혹스러울 뿐이다. 또 이른바 '돈되는' 작가들의 작품만 시장에 나오다 보니 시장의 뒤편에서 묵묵히 작품활동에만 몰입하던 작가들은 작품을 밖으로 알릴 기회를 박탈당하는 형국이다. 무언가 위기감은 커지고 해결책이 빨리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의 '대안공간 반디'(051-756-3313) 22일부터 오는 3 9일까지 실시하는 '반디 구출작전(求出作展)'이 미술품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통해 지역 미술의 대안적, 발전적, 진보적 문화 형성에 기여하겠다며 설립된 반디는 그동안 상업적, 영리적 목적의 운영을 거부해왔다. 그랬던 반디가 '판매'를 위한 전시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반디의 전신은 1999년 개관된 '대안공간 섬'이었는데 불과 2년만에 활동을 중지했다. 그러다 2002년 반디로 재개관했다. 지난해에는 부산 수영구 광안2동의 목욕탕 건물을 임대해 이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난은 최근 더 심각한 편이란다.

전시 외에 지역작가 해외 소개, 작가와 일반인을 위한 미술관련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위한 노력이 되레 짐이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반디 구출작전'은 낮은(?) 가격으로 보다 많은 미술품을 일반인들에게 건넨다는 대중적인 순기능 외에 반디의 각종 사업 경비를 마련하는 부수 효과도 있다.

이런 까닭에 지역 미술 애호가들에게 이번 전시회는 지역 작가들의 '괜찮은' 작품들을 접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강선학, 강태훈, 김정명, 김한나, 박자현, 문진욱, 설종보, 성유진, 심점환, 전혜원, 티나김 등 반디와 연관이 있고 또 후원하기를 희망하는 62명의 지역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당연히 현재 지역 미술의 흐름을 한 눈에 살펴보는 계기가 된다는 얘기다.

김성연 반디 디렉터는 "이번 전시는 이윤 추구의 목적보다는 공간운영과 원활한 사업진행을 위한 최소한의 경비를 확보하기 위한 자구적인 노력"이라며 "기금 마련도 중요하지만 지역 작가와 관객을 서로 소통하게 하는 공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자평했다.

김 디렉터의 말처럼 반디의 이번 전시는 순수 대안공간에서의 미술품 판매가 영리 목적의 상업 화랑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사실 비영리 미술공간에서의 작품 판매는 부산의 또다른 대안공간인 부산 기장군 일광면 오픈스페이스배(051-724-5201)가 먼저 시도한 바 있다. 지난 2004년부터 매년 개최해온 '하우 머치(How Much)?'라는 제목의 경매전이 그것이다. 올해가 5회째인데, 오는 4 19일부터 5 3일까지 예정돼 있다.작품 최저가격을 10~150만원으로 한정해 놓고 경매를 진행하는데, 인터넷 상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작품 가격을 적정 선에서 현실화 했다는 점, 경매 방식이 기존 경매와 달리 전시기간 내내 경매가 지속되는 공개 경매라는 점 등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지역의 다양한 작가군을 한 자리에서 조망해 볼 수 있고, 상업 화랑과는 달리 이윤을 배제한 가격으로 작품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픈스페이스배의 경매전은 인기를 끌어왔다.

오픈스페이스배의 서상호 디렉터는 "관객들로서는 난해하기만 한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대안공간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뿐만 아니라 어떤 의미로는 좋아하는 작가의 작은 후원자가 될 수 있다. 또 수익금의 일부는 공간운영과 작가지원 프로그램으로 재활용되니, 대안공간과 작가, 미술애호가가 함께 공존하는 상생의 대안이 되는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하튼 반디나 오픈스페이스배의 판매전이 지역 작가와 대안공간의 자생력 확보의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는지, 현실의 주류 미술시장이 거품 논란으로 휘청이는 요즘 건전한 작품 매매의 의미 있는 사례로 유지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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