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작업실 들어가는 길가 옆에 둔턱이 있어서 허브와 꽃씨 몇 종류를 심어 놨었다.

그 공간은 좁고 농사를 지어 작물을 심어서 수확 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작업실 들어가는 길목에 허브와 꽃이 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소소하게 심어 놓은 것이었다.

몇일 뒤 어떤 할머니 한 분이 그 둔턱에서 나를 보자마자 이곳에 돼지 감자를 심으려고

작년부터 풀과 나무 뿌리를 제거 했고, 조만간 또 제초제를 뿌려서 잡초들을 다 없애려고

하는데, 동네 사람들이 내가 여기다 무언가를 심고 있다고 자기에게 말했다고 했다.

일종의 선포였다. 조만간 제초제를 뿌릴테니, 내가 심은 것들이 죽었다고 자기에게 뭐라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좁은 땅이 자신의 땅도 아니고 마치 자기 소유처럼 말하는 것이 몹시도 기분이 나빴지만,

알겠다고 했다. 단 싹이 조만간 올라올테니, 2주 정도 시간을 주면 새싹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 심겠다고 했었다.

아쉽게도 싹이 자라기 전에 제초제를 뿌렸는지, 1주 조금 지난 시점에 식물들이 갈색이 되어 말라가 버렸다.

그 후 그 할머니는 돼지 감자를 심지도 않으셨고, 몇 주 지나 그 공간은 다시 식물들로 가득 채워지고,

현재는 가슴 높이 만큼 자란 식물들은 작업실 가는 길이 너무 개방되어 보이지 않게 가림막 역할과 눈을 즐겁게 해 주는

요소로 자리 잠고 있었다. 거기다, 마 식물이 자라나는 것을 보고 늦가을에 수확을 해야 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다.

아침에 작업실을 나오면서 수확도 지금까지 눈을 즐겁게 해 주던 식물의 역할도 끝났다는 걸 확인 해 주었는데,

언제 왔다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또 제초제를 뿌린 것이다.

최근에 기온 변화 때문에 코가 막혀서, 냄새를 잘 맡지 못해서 제초제 냄새를 확일 할 수 없었다.

식물들이 노랗게 죽어가는 것을 보고서야 제초제 흔적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화가 나기 보다는 의문이 들었다.

이제 날이 서늘해 지고 겨울이 오면 자연스럽게 제 모습을 감출 식물들을 왜 굳이 제초제를 뿌려서 죽이는지,

좁은 땅이지만, 나이가 꽤 들고 거동도 불편해 보이는 노인이 농사를 짓는다고 욕심을 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침이라 머리가 멍해서 그런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