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일요일이다.

일요일은 일요일다운 무언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목욕탕가기

2.이불빨래 하기

3.분리수거(숙소 주변이 회사와 다른 작업장이 공용을 사용하는 곳이라, 책임 회피인지 2주째 쓰레기와 재활용품이 썩여서 그대로 흩어져 있다.)

4.가벼운 산책 드로잉


빨래를 하는 곳이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곳이라, 이불 빨래를 하기 위해 구매한 캠핑용 캐리어를 내려 놓고, 이불과 일주일치 작업복들을

들고 내려갔다. 마지막으로 빨래를 돌리고, 1시간만에 다녀 올 목욕탕을 가기 위한 목욕 바구니, 4번을 계단을 오르 내리니, 가기 전에 살짝

피곤함이 느껴진다. 일요일인데.....괜히 일을 만들었나!

이불 빨래와 작업복 빨래를 돌리고, 5분 거리에 있는 허름하고 어둠고, 불친절한 목욕탕을 방문했다.

이곳은 올해 3월 이후 첫 방문인데, 가격이 1000원 올라 있었다.

불친절하고, 시설도 나쁘지만, 이곳을 찾는 이유는 거리가 가깝다는 것과 사람이 없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격이 싸다는 것인데...

가격 인상으로 일반 목욕탕 가격과 별차이가 나지 않음에 이곳의 장점이 하나가 사라져 버렸다.

다행인 건 때밀어주는 아주머니께서 오랜 시간 변하지 않고, 나름 신경을 쓰고 청소를 하셔서 시설이 취약한 것에 비해 깨끗하다는 것이다.

물론 아주 깨끗한 것은 아니고, 상대적 시각으로 봐서 그렇다는 것이다.

목욕을 마치고 돌아가니, 빨래가 다 되어 있었다.

지나가는 호기심 많은 모녀가 이 곳을 왔다 갔다 하며, 호기심을 보일길래 붙잡고, 이불을 터는 것을 도와달라고 청했다.

꽤 등치가 큰 여자아이였는데, 모습에 비해 힘은 가녀린 소녀였다.

제대로 털지 못한 이불과 다른 빨래들을 들고, 숙소에 도착하니, 시설 운영진 쌤이 계시길래 대화를 나누고, 교류 레지던시를 하기 위해

독일에서 온 작가들이 점심을 먹고 온 터라 잠깐 서서 또 대화를....나누진 않고 들었다.

도움을 받아 한 번에 캐리어를 숙소까지 옮기고, 이불을 널은 뒤 수퍼에 들러 쓰레기 봉투를 구매해서 주변 청소와 분리 수거를 하는데

윤주가 작업실 나오는 길에 지나치지 못하고, 도와주러 다시 나왔다.

둘이 하니, 수월하게 끝났다.

작업실에 들러 카메라를 들고 나와 주변 산책을 하며,드로잉을 하고, 사진을 찍었다.

따뜻한 날씨라 생각하고 얇은 겉옷 하나 달랑 걸치고 나와 가만히 서서 드로잉을 하니 한기가 느껴져 해질녁쯤 숙소로 들어가

평소엔 생각나지도 않던 라면을 하나 끓여 먹었다.

나가는 길에 전화가 걸려왔다.

카레를 먹으러 오라는 전화였다.

배는 부르지만, 배려에 대한 인사로 잠깐 들러 대화를 나눈 뒤 다시 작업실로 들어왔다.

화장실을 한 동안 청소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서둘러 화장실 청소를 하고, 살짝 지친 상태로 책상에 앉았다.

이런게 일요일일까?

평소보다 작업시간을 줄이고, 눈에 보여도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그냥 지나쳤던 일들을 하는 날이 휴일의 여유일까?

여유로 시작한 하루 치고는 조금 피곤하다.

목욕탕을 다녀 온 후 풀렸던 등 근육이 다시 뭉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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