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2015.08.16 03:00:35
오랜만에 L오빠 부부를 만났다.
점심은 내 작업실에서 간단히 버섯동을 만들어 먹고 차를 타고 L오빠의 작업실 구경을 갔다.
일산을 벗어나 파주 초입에 있는 작업실인데, 밭과 풀들이 우거지고 낮은 산들이 곳곳에 있다. 어렸을 때 시골 친척집에 가는 기분이 들었다.
눈을 돌리면 보이는 푸른 식물들, 나무와 풀들의 냄새가 썩여 공기가 달콤하게 느껴졌다.
몇명의 작가들이 각자의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며, 한 달에 한 번 모여 농사일도 하고, 점심, 저녁을 만들어서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편화로움이 느껴진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으면 의례 갈등이 빚어지기 마련인데, 그런 흔적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짜투리 공간을 보고 있자니, 콩이며, 호박을 심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 같은 사람이 이런 곳에 있으면 소일꺼리로 텃밭을 일구겠구나!! 거기다 앞 산에는 밤나무며, 도토리 나무가 빽빽히 우겨져 있다. 계절마다 채집과 부지런만 하다면 다양한 할일을 만들어 가며 살아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나누고, 산책을 잠깐 하고 나니 해가 지고 있었다. 옆방 작가님들과 함께 근처 민물고기 매운탕 집에서 저녁을 함께 먹었다. 어린 시절 잡기만 하고 먹지 않았던 커다란 메기 한 마리를 건져 먹는다. 동동 떠있는 수제비를 건져 먹으며 국물을 먹으니, 얼큰한 라면 국물 맛같다 오랜만에 먹는 얼큰한 국물이 술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소주 한병을 떠오르게 한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라 전철 시간을 맞춰 L오빠의 차를 타고 나왔다. L오빠 부부를 보면 흐믓하다. 둘이 잘 어울린다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욕심도 없고, 서로 신뢰하며 웃는 모습이 예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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