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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0 11: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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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왼쪽) 다이마루에 콩테 150×130cm 2010  ,  <부드러운 조각> (바닥 설치작품) 혼합매체 2010

 

성유진展 갤러리 스케이프 10.14 ~ 11.10

 

성유진은 자신의 분신으로서 고양이를 메타포로 사용하여 고양이 인간을 그려냄으로써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 전시에서 등장하는 고양이 인간은 눈이 크게 그려져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 우울하고 멜랑콜리한 표정을 짓고 있으며, 손과 발에는 돌기가 돋아 있고, 인형을 들고 있거나 소녀의 복장이나 광대 옷을 입고 등장한다. 이러한 고양이 인간을 통해서 작가는 '나' 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는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상태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드러내는데, 나를 제외한 외부 세상과 연결되는 접점들에서 소통함으로써 벌어지는 인간적 갈등과 불안을 고스란히 표출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성유진의 작업이 이전 작품과 변화도니 점이 몇 가지 눈에 띈다. 첫 번째는 화면 구성이다. 이전 작품에서는 고양이 인간의 얼굴과 몸이 화면 전체를 채우는 형식으로 고양이 인간의 몸과 얼굴 표정에서 나타나는 뉘앙스를 강조하였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건물이나 방안 같은 공간 속에 고양이 인간이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다양한 옷을 입고 등장한다. 두 번째는 표현방식이다. 이전 작품에서는 전반저인 화면을 표현하는 방식들이 선 긋기라는 방식을 기본으로 한 강렬하면서도, 우울하고 어두운 색채를 보여주었다면, 이번에는 이전보다 밝은 색채가 드러나는 콩태를 손으로 문질러 표현해낸 공간들로 인해 초현실주의적인 느낌이 강하다. 마지막으로 이전의 작업들과 전시에서는 명확한 주제와 작품명이 있었지만, 근작들은 특정한 작품명과 전시명이 없이 <Untitled> 로 명명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모든 변화는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한 작업들이 관람자와 소통함에 있어서 작가가 의도하는 틀에 가두게 만드는 일방적인 소통을 탈피하기 위한 방법이자 작가 자신의 감성이나 세상을 대하는 태도 변화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작가 자신이 작업 초기에 사람들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불안했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은 많이 달라 졌음을 느낀다고 말하듯이 작가 자신이 이러한 불안과 세상과의 소통에서 조금씩 치유되고 적응해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서 작가가 표현하는 방식들이 자연스럽게 변화되면서 이전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 변화된 '나' 와 세상과 타인과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작가가 의도하는 틀에 가두지 않음으로써 작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은 관람자를 통해 다른 이야기들로 파생되고 재해석되어 증식해 나가는 자유를 얻는 것이다.

성유진의 작업은 사직인 일기와도 같은 개인의 삶에 바탕을 둔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을 볼 때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작가 주변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관계를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작가의 체험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서 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재와 상징들로 인해 관람자와의 소통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유진은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있으며, 천천히 자연스럽게 변화해가고 있다. 성유진의 작품이 어떻게 변모되어 나갈지 기대하게 되는 이유이다.

 

신승오 · 덕원갤러리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