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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우울을 치유하는 고양이 _ 성유진

 

글 | 최유진 기자  _  사진 | 한혜정 기자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측은해 보이기도 하지만 귀엽다고 하기엔 눈망울이 예사롭지 않고, 측은해 보인다고 하기엔 엄청난 에너지가 숨어있는 듯 하다. 이 캐릭터의 처음을 기억하기 때문일까. 털이 보드랍고 앙증맞은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캐릭터는 친근해진 듯하지만 여전히 비밀스러워 보인다.

부드러운 털, 하지만 괴기스러운 형테. 작가 성유진의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느낌이 그랬다. 손인지 다리인지 꼬리보다 긴 것이 몸체를 휘감고 있었고 얼굴은 바닥을 향해 있었다. 오묘한 감정에 휩싸여 쉽게 다가갈 수 없었던 그의 작업은 지난달 17일까지 부산 아리랑 갤러리에서 열렸던 전시에서 한결 깜찍하게 요정 같은 이미지로 변신해 있었다. 캐릭터가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과거의 그림과 달리 배경에도 눈길이 간다. "많이 인간에 가까워졌어요. 배경이 많이 들어갔고요. 작업 자체에 제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제가 변화하면서 그 변화하는 이미지를 투영시키고 있어요."

작업을 시작하기 전 그는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에 시달렸었다고 했다. 처음으로 그가 세상에 나아가게 된 계기가 바로 그림이었다. 전시를 앞두고 작업을 하던 어느날 밤, 그는 묘한 쾌감을 느꼈다. 자유로움이었다. 그림은 그에게 '살아갈 수 있는 계기' 가 됐다.

그의 작업에는 그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다. 불안이나 우울에 대한 심리적 변화, 타인과의 대화와 자신의 표현에 대한 사회적 변화 등 초기부터 지금까지 그가 거쳐 온 변화들 말이다. "초기의 작업에서는 괴기스럽고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강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많이 밝아졌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털을 그릴 땐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기분이에요. 계속 쌓아가면서 뭐랄까, 변화하는 심리상태를 한 방향으로 계속 유지한다고 할까요? 작업을 하면서 불안이나 우울함 자체가 피부처럼 느껴졌어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죠." 그의 작업은 그림을 그리면서 변화해 온 그의 모습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작업을 하면서 가장 애척이 가는 작품 중 하나로 그가 꼽은 것은 두 개의 몸이 붙어있어 샴쌍둥이를 연상케 하는 작품 이었다. 늘 두 가지의 반대되는 생각, 끊임없이 두 가지의 갈등의 연속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똑같은 자신의 모습이지만 항상 갈등을 하는 것을 표현한 작업이에요. 그러한 우리의 심리에 대해 굉장히 솔직히 표현된 형체라는 생각이 들어요. 때론 사람들이 이중인격이 되지 않는 것이 신기해요." 매순간 극적인 두 가지 생각의 대립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배유한 그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감정은 감추어야할 감정으로 인식되어져 왔다.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쉽사리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비밀스러운 감정들 이지만 표현을 하지 않을 뿐 누구나가 지닌 감정들이에요. 예전 작업 중 블로그를 통해 불안에 대한 사람들의 글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자신들의 불안에 대해 이야기 했어요. 제 작업을 좋아하는 분들 중에서도 저와 비슷하신 분들이 많이 계세요."

누군가 먼저 불안과 우울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누군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는 안도감이 든다. 그는 불안과 우울이라는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감정들을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끌어내고 조심스럽게 대화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그림은 우리 자신을 행한 질문으로 어어진다, 나의 마음은 어떠냐고. 그러한 돌봄에 의해 저 아래서 곪고 있던 우리의 불안과 우울은 조금씩 치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