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날이 풀리고 난 뒤 식욕이 증가해서 먹고 싶은 음식이 떠오른다.

엊그저께는 잠자기 전 약간 출출한 시간에 라면과 삼겹살이 먹고 싶었다.

점심 식사 후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거리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시장에 들러 삼겹살과 고기를 먹으면

항상 소화가 안 되어서 고생을 하므로 무 보다 크기가 작지만, 소화촉진 작용을 하는 콜라비를 사왔다.

저녁에 숙소에 들어가 방문 창을 다 열고, 향초 3개를 피우고 라면을 끓이고 동시에 삼겹살을 구웠다.

삼겹살 굽는 시간을 잘못한 관계로 미리 끓여 놓은 라면은 국물의 2/1을 흡수한 우동 면발이 되었지만,

오랜만에 내 개인적 취향을 적극 반영한 라면인지라, 맛있었다.

삼겹살을 거의 스낵과 유사한 바삭한 상태로 구워졌는데, 특별히 맛있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오랜만에 특정 음식이 먹고 싶다는 욕구를 채웠다는 것에서 만족감을 느꼈다.

뒷 정리를 하면서 왠지 웃음이 났다.

보통 혼자 무엇을 할 때 혼자서 움직이는 경우가 허다한데, 삼겹살을 혼자 구워 먹어 본 것은 처음 해 본 경험이라는

것이 문득 떠올랐다.

오늘은 한 번도 먹어 본 적은 없지만, 한 번 먹어 보고 싶었던 초벌부추무침과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소미쌤과 줄리앙이 준비하는 라자냐를

먹기로 했다. 여럿이 먹는 게 여전히 익숙하진 않지만, 새로운 음식을 맛 본 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과 같은 것이라

흥미롭다.

하루 종일 스케치를 해야지 해야지 하며 밖에 나가 자료 사진과 풀 스케치를 했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

겨울 내내 너무 안으로 파고 드는 작업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마음을 조이던 것을 풀어 놓고 작업하려니, 조임새의

조임이 적당히 조여지지 않고 있다. 오랜만에 따뜻한 기온도 한 몫 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