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일까? 겨울비 일까?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겸 씩씩하게 개천으로 내려오자 마자 빗방울이 떨어졌다.

요즘 눈이 자주 따가워서 눈의 피로도 풀겸 나갔지만,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은 짧은 시간의 산책이었다.

그러고 보니, 햇살이 뜨거워 이곳에서의 산책은 보통 이른 아침이나 해가 떨어지기 전 시간에 산책을 다녀서, 점심쯤의 풍경은 처음이었다.

평소와 유난히 다르게 보이는 모습은 주변이 공장 지대라 그런지 40대와 50대 중반의 여성들의 앞치마 차림의 산책이었다.

남자들의 작업복 차림은 꽤 눈에 익숙한데, 내가 있는 공간에는 여성 노동자들이 없다.

앞치마 차림의 여성들을 보니 있자니, 학교 다닐 때 앞치마를 입고 식당이며, 강의실을 활개치고 다니던 때가 생각났다.

빗방울의 시작으로 서둘러 다시 작업실로 발걸음을 돌리는데, 점심시간의 소중한 산책이 사람들의 발길을 돌리지 못 하고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가던 길을 유유히 걷게 하고 있었다.

왠지 나만 홀로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비를 맞으면 반곱슬의 머리가 꼬브랑 거리며 부시시해 지는게 귀찮아 가능하면

빗방울 맞고 싶지 않았다.

작업실로 돌아와 여전히 하얀 캔버스를 바라보고 있다.

곧 검은 목탄을 이용해 스케치를 들어가려 하는데, 너무나 하얀 캔버스 위에 첫 선은 여전히 두렵움을 가져다 준다.